[최정민/판 칼럼] 효과적으로 데모하기 - 198가지 행동의 종류

서울시NPO지원센터2022.09.21조회 894스크랩 0

효과적으로 데모하기 - 198가지 행동의 종류


서울시NPO지원센터, 2022. 9. 20.

최정민 ㅣ 전쟁없는세상 



최정민(오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가 ‘사회운동 전략’을 주제로 3편의 ‘판 칼럼’을 연재합니다. 세 번째 글은 사회운동가들에게 필요한 행동의 선택지를 살펴봅니다.  

 

[1편] 사회운동에서 전략적 사고는 왜 중요한가 

[2편]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사회운동의 강력한 무기 

[3편] 효과적으로 데모하기-198가지 행동의 종류




사회운동가들에게는 어떤 행동의 선택지들이 있을까. 사회운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뉴스에 나올 만큼 창의적이면서 사회부정의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행동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적절한 행동을 고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효과성은 물론 다층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신이 아닌 이상 사지선다형 답안지처럼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다양한 선택지를 알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것을 실행했을 때 효과적인지를 경험하거나 트레이닝을 통해 습득한다면 운동의 효과성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첫 칼럼에서 얘기했던 ‘사회운동의 전략’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이 행동들은 캠페인 혹은 사회운동의 전략을 수행할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사회운동 전략은 캠페인・운동의 승리를 위한 계획(청사진)을 짜는 것을 말한다. 언제,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흐름을 갖는지, 우리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언제, 어떻게 배치할지, 우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상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우리의 대응 계획을 수립하며,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 우리를 향한 대중의 공감을 증가시키고 상대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는 방법, 특히 중립적이거나 소극적인 반대파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방법 등을 계획한다. 


이에 비해 구체적 행동(전술)은 한정된 시간, 장소, 범위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에 맞게 동원할 수 있는 활동가들의 기량과 자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한 그 행동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가 행동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론 전략과 구체적 행동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지금부터 설명할 행동의 방법들은 1970년대 일찌거니 진 샤프(Gene Sharp)라는 양반이 정리해 놓은 리스트이다. 1) 198가지나 되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은 목록을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이 없을 시절에 만들어졌고, 특히 코로나 시기에 개발된 비대면/온라인 액션들은 아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리스트의 원 제목은 비폭력 행동의 198가지 방법(198 methods of nonviolent action)이다. 비폭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현재 한국 사회운동에서 폭력적인 운동(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것이 아닌 준비되거나 운동의 전략으로 채택된 폭력을 지칭)은 없기 때문에 전체 사회운동에서 사용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오히려 세대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 고개가 갸웃해지는 행동들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출처: wikipedia>


샤프는 198가지 행동의 방법들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3가지 범주로 분류해서 정리하였다. 

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말이나 행동과 같은 상징적이고 일반적 행동 (비폭력 항의와 설득) 

② 집단적으로 힘을 합쳐 돕지 않는 행위 (비협조) 

③ 어떤 상황에 개입하거나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행위 (비폭력 개입) 

이 칼럼에서는 198가지 전체 목록을 쭉 소개하는 대신 샤프가 정리한 범주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2) 


💡 비폭력 항의와 설득

첫 번째 범주는 우리가 흔히 데모하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상징적 행동들을 말한다. 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 의견, 정책, 법률 또는 정치적 결정에 반대하거나 그것들을 변경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상징적인 말 혹은 행동이다. 이는 뒤에 설명할 ‘비협조’나 ‘비폭력 개입’까지 가지 않는, 일반적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라 할 수 있다. 목표로 하는 대상이나 행동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뒤에 두 범주보다 훨씬 다양하다. 배너나 플랭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거나 행진을 열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행위, 즉 시위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촛불처럼 엄청난 사람들이 모이면 그 자체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탄원서(요즘엔 온라인 탄원서 사이트도 엄청 많다)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피케팅, 각종 선전물, 로비, 예배, (철야) 농성, 연극, 음악, 순례, 장례식, 항의를 목적으로 한 토론회 등 다양하다. 총 54개의 행동이 이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 비협조

‘비협조’란 노동이나 정상적이라고 일컬어지는 행동, 혹은 법이나 명령에 대한 복종을 철회함으로써 부당한 제도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함을 말한다. 샤프는 이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비협조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비협조란 예를 들어 퇴거 위협을 받는 난민을 위한 피난처를 설치하거나 특정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거나 스포츠를 보이콧하는 행동들을 말한다. 경제적 비협조에는 특정 제품 불매운동과 파업 등이 포함된다. 정치적 비협조는 선거를 보이콧하거나 임명된 공무원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외에도 섹스파업, 대학생들의 동맹휴업, 쿠팡 탈퇴, 지문날인거부,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 거부, 부당한 법을 (일부러) 지키지 않는 행위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목록에는 103개의 행동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앞선 ‘비폭력 항의와 설득’, 뒤에 등장할 ‘비폭력 개입’보다 거의 2배 이상 많다. ‘비폭력 행동’은 권력이 대중과 사회조직의 굴복과 복종, 협조에 의존하기 때문에 만약 그 협조가 철회된다면 권력의 원천이 줄어들고 때로는 완전히 차단된다는 권력론에 근거한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운동에서 ‘비협조’가 ‘비폭력 행동’의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 비폭력 개입

마지막은 ‘비폭력 개입’이다. 샤프는 이를 불의나 폭력이 가장 직접적이거나 만연한 시간과 장소에서 그것을 예방하거나 중단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범주의 행동들은 다시 어떤 상황에 개입하기 위해 대안적인 무언가를 창조하는 긍정적 행동과 반대할만한 무언가에 대한 방해나 파괴 등 부정적인 행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봉쇄(예를 들어, 벌목꾼이나 광부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공동체가 도로와 차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보호를 위한 존재 및 동반(인간방패, 분쟁지역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이나 그룹을 보호하기 위한 비무장 경호 등), 무장해제운동(트라이던트 플라우쉐어처럼 3) 공개적으로 무기를 무장 해제하고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행위) 등을 들 수 있고 이 외에도 단식, 필리버스터, 대안언론, 협동조합, 매점매석, 망명정부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첫 번째, 두 번째 범주의 행동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으며, 만약 성공적이라면 두 범주의 행동보다 목표를 더 빨리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 유형의 행동이 주는 지장은 앞의 두 유형보다 일정 기간 동안 용인하거나 견디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41개의 행동이 이 목록에 있다.



<미해군기지로 들어가서 '핵무기는 불법, 비도덕적' 문구를 새긴 피켓을 펼치는 트라이던트 플라우쉐어 활동가들 / 출처: 전쟁없는세상 웹사이트 http://www.withoutwar.org/?p=14461>



<2022 무기박람회 DX KOREA 저항행동 / 출처: 전쟁없는세상 https://www.flickr.com/photos/worldwithoutwar/52372932011>


샤프는 이러한 분류가 (비폭력) 기술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그 안에 존재하는 중요한 차이와 단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순히 방법들을 쭉 나열한 것이 아니라 행동에 사용되는 특정 기술과 그 기술을 사용하는 많은 수의 다양한 행동 방법을 보여주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특정 상황에 적용하면 좋을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나라별, 시기별, 상황별로 하나의 범주에 속한 어떤 특정 행동은 다른 범주로 옮기는 것이 더 적당할 정도로 변주될 수도 있으므로 이 범주들을 경직되게 사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어떤 행동은 특정한 상황에서 발전되어 완전히 다른 방법의 행동으로 변화하기도 하므로 연구목적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쟁없는세상은 이 리스트를 가지고 몇 차례 트레이닝을 진행한 적이 있다. 누구든, 어떤 조직에서든 가능하다고 본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현재 시점에서 덧붙일 수 있는 행동들의 목록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내가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행동, 도움이 있으면 할 수 있는 행동 등으로 나눠보고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트레이닝도 재미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보지 않은 행동들을 모아서 왜 사용하지 못했는지, 앞으로는 활용해볼 수 있겠는지, 이런 질문도 해볼 수 있고 아니면 거꾸로 우리가 해봤던 행동들을 모아놓고 효과성을 분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정 행동을 놓고 어떤 이슈에서 언제, 어떻게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일지 토론해보는 것도 유용하다. 구체적 행동에 자신이 아는 사례들을 적용하고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기획이다.  


이 목록을 활동가나 사회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사회운동의 전략 차원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떤 목적의 캠페인이건 한 범주의 행동만을 사용하기 보다는 범주를 넘나드는 행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승리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운동의 주류 방식은 ‘비폭력 항의와 설득’에 해당하는 유형이 많을텐데 그렇다면 ‘비협조’와 ‘비폭력 개입’에 속하는 활동은 어떻게 개발하고 실행할 것인가를 더 연구해야 한다. 


특히 ‘비폭력 항의와 설득’에 들어가는 행동 유형 중 리플렛을 배포하거나 탄원서를 받는 것과 같이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너무나 안정적이고 일상적이어서 큰 효과가 없어 보이는 행동들도 있다. 당시 샤프의 연구 초점은 한국처럼 어느 정도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가 아니라 독재 혹은 특정 인종에 대한 억압이 극심한 나라들이었다(연구가 진행된 60, 70년대는 한국도 그런 나라였긴 했다). 물론 아직도 리플렛팅이나 탄원서가 당국의 탄압을 받는 나라들이 있고 그런 곳에서는 이것이 훌륭한 비폭력 행동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더 이상 사회부정의나 제도에 부담을 주는 행동들이라 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무조건 감옥에 가는 과격한 행동만이 훌륭한 비폭력 행동이라는 것도 오해이다. 비폭력 행동 중 감옥에 가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그렇게 하지 않고도 훌륭히 그 목적을 해내는 행동들이 많다. 시민불복종(법을 일부러 어기고 감옥에 가는 행위)은 비폭력 행동의 부분집합일 뿐이다. 샤프도 지적했듯이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이 중요하다. 198가지 비폭력 행동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


누구도 198가지 목록을 모두 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자주 들여다보자. 혹시 아나. 어떤 상황에서 그중 어떤 방법이 딱 들어 맞겠다는 우영우의 돌고래와 같은 청명한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을지. 현명한 전략, 비폭력 투쟁의 역학에 대한 주의, 그리고 데모방법의 신중한 선택은 그룹의 성공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1) 진 샤프(Gene Sharp, 1928년~2018년)는 미국 정치학자이다. 비폭력 행동을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Albert Einsten Institute의 설립자이자 매사추세츠 다트머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를 역임했다. 

2) 전체 목록이 궁금한 분들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http://www.withoutwar.org/?p=12893에서 찾아 볼 수 있다. 

3) 1998년 영국에서 설립된 반핵무기 단체


* 이 글은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