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지/판 칼럼] 리더가 아닐 때에도 필요한 리더십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2024.08.31조회 1543스크랩 0

리더가 아닐 때에도 필요한 리더십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2023.08.31.

조민지 | 아름다운가게 성장문화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리더인가?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에 리더가 포함되려면 어떤 경험이 있어서일까? ‘리더’ 어쩐지 거창하다.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이 떠오른다. 아니면 뉴스에서 보았던 세계적인 운동선수나 기업 경영인에게나 붙일 법한 수식이지 싶다.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어 늘 어렵고, 누군가를 이끌어 가기엔 내 한 몸도 버겁다. 리더의 정의는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며 리더십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그룹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능력인데 그렇다면 각자의 일터에서 그룹을 이끌어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리더십이란 삶과 무관한 머나먼 곳에 있는 이야기일까? 


처음 리더십을 주제로 독서 모임을 할 때의 일이다. 일터에서 리더십 역량 교육을 담당해야 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부서장을 맡게 되었을 때였다. 그때의 독서 모임은 우연하게도 나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에게 10~20대의 자녀가 있었는데 나이도, 기업 유형도, 직책도, 가치관도 모두 다른 사람들 각자의 사례가 매우 다채로워서 업무 사례 외에 자녀에게 적용한 사례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점은 피드백이나 경청과 같이 상당히 자녀 양육에 필요해 보이는 역량뿐만 아니라 자녀의 사춘기 도래 시 업무 위임, 변화관리 역량을 적용한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나 역시 친구와의 관계에서 평소였다면 그저 참고 넘어갔을 사안을 ‘문제 직원 관리’라는 항목에서 배운 내용 중 하나를 활용하여 해소한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리더십 역량 항목을 생각한다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수행한 경험이 있음직하지 않은가. 그 책 모임을 통해 다양한 리더십 역량을 배웠지만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은 이처럼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은 일 외의 사적인 영역에서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활용해 보려 한 시도들은 좋은 성장의 경험이 되어주었다. 

즉, ‘그룹’에 해당이 된다면 어디든 리더십은 적용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일터에는 팀과 같은 업무적 목적을 위한 그룹 외에도 개개인 별로 동기 모임, 동호회, 스터디, 점심 모임 등 다양한 그룹이 존재한다. 일터 밖의 개인은 가족, 연인, 친구, 취미, 종교, 신념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그룹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그룹들은 하나의 역동적인 생명과 같아서 이를 건강하게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참여자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신은 각 그룹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가? 또 어떤 종류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모임마다 상이하다고 해도 대개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고, 서로의 관심사를 기억하며, 공동의 위기를 해소하고, 모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법을 도모한다는 점이 같다. 그렇다면 역시 당신도 리더십을 어떤 식으로든 사용하고 있다.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이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당신은 심지어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소셜섹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평가를 통해 주어지는 급여, 인센티브와 같은 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그와 별도로 자아실현적 요소로서 비물질적보상(인정, 존중, 자부심 등 심리적 요인)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있는지 또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내는 과정이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다양한 과업은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더십 역량의 많은 항목은 나를 넘어 타인이나 조직 전반에 대한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작업이다. 리더십 역량을 학습하고 훈련하기에 소셜섹터 활동가는 참 좋은 직업이 아닐까.


리더십 역량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생태계만큼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갈등관리 역량을 위해서는 정서지능, 문제 인식, 신뢰 조성 등이 함께 필요하고 신뢰 조성을 위해서는 다양성과 동기부여 역량과 여기에 다시 갈등관리가 병행되는 등 전후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렇게 다양한 리더십 역량을 가장 기본적인 네 메인 역량으로 묶어 소개하고 역량별로 소셜섹터의 실무 활동가들이 평소에 자주 활용해 볼 수 있는 스킬/개념을 한 가지씩 덧붙이고자 한다. 


리더십 1. 소통

-추천 역량: 코칭

-강화 방법: 정답을 말하는 대신 상대가 정답을 찾도록 돕기


좋은 리더는 어떤 역량이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가장 단골 답변인 ‘소통’은 가장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만큼 가장 많은 해석을 두고 있기에 사안에 따라 쉽게 수행이 되기도 하고 달성이 어렵기도 하다. 일관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더불어 맥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상황과 사람의 성향 그리고 심리적 요인에 따라 가장 적절한 소통 방식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명확한 오답은 있다. 소통이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인 전달을 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소통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지만 전문 지식을 갖고 있거나 연령/연차 등의 경험이 더 많은 경우 종종 정보의 전달이라는 업무가 익숙하다보니 소통이 필요한 순간에도 일방적으로 행동하기가 쉽다. 꼰대의 정의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정답이 너무 많은 사람’. 전문가가 되어 갈수록 좋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추천하는 역량은 바로 ‘코칭’이다

코칭? 그거야말로 가르치는 행위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코칭과 가르치는 티칭(teaching)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답을 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성장이 누구에게 있는가? 이다. 


<출처: Getting Stared in Personal and Executive Coaching, (p.20) By Fairley, Stephen G. and Stout, Chris E, 2004, New Jersey: John Wiley & Sons, Inc. Copyright 2004 John Wiley & Sons, Inc.>

코칭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과 경청과 인정이다. 다만 그 과정이 상대방이 답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그것을 칭찬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떠한 사안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설계하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십 2. 상황판단력

-추천 역량: 메타인지

-강화 방법: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 피드백 요청


‘너 자신을 알라’라는 고대 그리스 격언에서부터 시작되는 자기 인식의 중요성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지속되고 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기업은 스왓분석,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와 같은 여러 방식을 통해 내외부 환경에 대한 이해나 상황을 점검하기도 하고 five-whys 기법과 같이 주어진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출처: www.strategyzer.com>

이처럼 리더는 그룹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자신이나 조직이 알고 있는 것이나 잘하는 것만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메타인지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메타인지는 메타(더 높은, 상위의)와 인지(알아차림)의 합성어로 자신이 무언가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인지하는 역량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문제의 해결이나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메타인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이로부터 받는 피드백이 있다. 타인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피드백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을 수 있기에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성장을 위하여 진행하는 것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팀원이 바라는 미래 모습을 설정하여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활동을 회고해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는 피드포워드 활동을 진행하거나 스스로에게 진행해 보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리더십 3. 영향력

-추천 역량: 팔로워십

-강화 방법: 나의 직상위자를 리더로 만드는 방법 찾기


사람과 사람은 각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이 영향력은 주로 권력이라는 개념과 혼동이 되는데 권력은 실제로 지위를 통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하지만, 영향력의 경우는 지위와 유관하기도 하고 무관하기도 하는 등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힘으로 타인의 특정 행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이 영향력의 관점에서 팔로워십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글쓴이가 운영하는 예비 리더십 교육의 첫 시간을 맡고 있는 주제로 무조건 리더의 의견을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팔로워 유형을 진단해 보고 자신의 리더 유형을 분석한 뒤 나의 리더를 좋은 리더로 만들기 위해 어떤 팔로워의 역할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출처: TED ‘How to start a movement’, Derek Sivers> 

위의 영상은 TED의 한 강연에서 공유된 영상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괴짜를 괴짜가 아닌 리더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첫 번째 팔로워’이다. 나의 직상위자가 괴짜인가? 그렇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리더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이다. 자신의 팔로워 유형을 진단하고 싶다면 ‘로버트 켈리의 팔로워십 유형 진단’을 검색하면 간단한 진단지를 발견할 수 있다. 


리더십 4. 변화 주도력

-추천 역량: 성장 마인드 셋 

-강화 방법: 회복 탄력성 강화 및 회고


우리는 꼭 변해야 할까? 하던 일을 꾸준히 잘하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리가 흘러 내려오는 물길 속에서 적어도 같은 자리를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처럼 변화에 떠밀려 내려가는 것이 아닌 시대를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늘 시도해야 한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을 늘 고민에 빠지게 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2순위로 표시된 긴급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일과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십 교육에서는 리더에게 전자인 긴급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고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계획하여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후자의 업무 중에 많은 일들이 이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익숙하고 전문성을 갖고 있을수록 새로운 것을 진행하기 어려워하는 변화 저항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때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성장 마인드 셋이다. 

캐롤 드웩이라는 미국의 심리학 박사가 2006년 저서 ‘마인드 셋’을 통해 발표한 개념으로 사람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 현재 자신이 가진 능력이 부정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새로운 도전을 꺼리게 되고 반대로 사람의 성장 가능성과 과정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성장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의 경우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인지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성장 마인드 셋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회복탄력성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정에서 배운 점을 회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업계를 불문하고 희망자가 줄어서 부서장 발령 내기가 쉽지 않다. 소셜섹터의 경우 현장에서 변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실무자로서 존재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나의 전문성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활동가로서 나의 일 하는 목적을 놓지 않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부서에서 일하는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삼 년 전 부서장 직책을 맡고 리더십 역량 교육을 전담하면서 더 다양한 사람과 갈등하고 해결했고 더 많은 것을 책임지며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인식했던 나의 한계를 조금씩 깨나갈 수 있었음을 확신한다. 이러한 과정 모두가 나 자신의 리더십을 인정하며 시작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리더인가?

분명 그러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리더이니까. -끝-


* 이 글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