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식

[활동가 정책 교실 후기 / 2회] 시민입법의 관점과 실천전략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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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ㅣ 전쟁없는세상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려면?”

2022 판 교육 #4 <활동가 정책 교실> 기획은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책화와 입법화의 기본 개념과 과정을 이해하고 사례를 통해 정책・입법 제안과 대응의 실질적인 방안을 알아본 시간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3회에 걸쳐 진행된 📝 교육 후기를 나눠요. 





오늘 강의를 맡아주신 심우민 교수는 경인교육대학교 입법학센터 센터장입니다. 그전에는 7년 정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일을 했었다고 해요. 국회 실무와 학계를 넘나든 경험이 무색하지 않게 짧은 시간에 입법화의 개념과 절차, 전략들을 쫀쫀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어떤 문제를 이슈화할 때 법과 관련해서 쉽게 떠오르는 것은 사법 쪽이죠. 무죄인지, 위헌인지가 중요한 갈림길이 되기도 합니다. 이걸 판단하는 사람이 판사인데요. 판사는 법을 적용할 뿐이에요. 법이 잘못되었거나 법체계가 부족하다면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법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입법은 국회의원 고유의 권한입니다만, 다행히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권한입니다.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입법을 해내는 건 판사의 결정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방식보다 중요해요.   


📢 입법학이란?


헌법 37조 2항을 보면 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나오는데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규정이 40조에 명기되어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이 37조 2항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마음대로 입법을 해도 된다는 거예요. 그것을 입법 재량이라고 부르는데 그 기준을 만드는 것이 입법학입니다. 

 

📢 입법절차의 모든 것 


정부도 법안을 국회로 보낼 수 있고 국회의원도 본인이 법안을 만들어서 발의할 수 있어요. 정부는 국회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안을 제출한다고 하고, 국회의원은 국회 구성원이므로 안건을 발의한다고 해요. 개별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법을 만들게 되는데 굵직한 이슈가 없으면 절차를 굉장히 더디게 진행해요. 만약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싶으면 의원들에게 바로 법안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의원 발의가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는 않아요. 통상 의원들 보좌진이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법안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하면 국회입법조사처에 근거 자료를 달라고 하거나, 시민・활동가들이 자료를 모아서 의원 보좌진에게 건네면 보좌진이 구성하기도 해요. 그렇게 법안의 얼개가 잡히면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이런 식으로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법제실에서 문구를 바로 만들어줘요. 그것을 갖고 의원이 발의를 하게 되죠. 발의하려면 국회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본회의 보고 및 위원회 회부 → 입법예고 

본회의에 법안이 접수되면 본회의에서 보고를 하고 관련된 위원회에 회부하죠. 300명이 법안을 심의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대략 12명 내외의 의원들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를 두고 그 상임위원회가 관련된 영역의 법안을 심사하는 겁니다. 위원회에 회부하고 입법예고를 또 해요. 다분히 형식적이죠.


제안자 취지 설명 → 전문위원 검토보고 

위원회에서 법안으로 상정하고 심사하기 시작하면 첫 번째로 법안을 발의한 사람이 제안자 취지 설명을 합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정부 장관이나 부처 사람이 나와요. 이 절차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문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꼭 구두로 설명해 달라고 할 필요가 있어요.실무적으로 중요한 건 전문위원 검토보고에요. 아무리 이상적이고 좋은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더라도 이 전문위원들이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의원들은 일단 부정적으로 보거든요.


대체토론 

제안자 취지 설명과 전문의원 검토보고가 끝나면 대체토론을 해요. 대체토론의 목적은 문제 사안의 쟁점을 명확히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후 심의 절차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점이나 논쟁 지점들을 드러내죠. 일단 접수됐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대체토론에서 문제 제기를 하거나 강하게 주장해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합니다. 


소위원회 → 축조심사 → 찬반토론 → 위원회 의결 

그다음에 소위원회로 배정하거든요. 12명 내외로 구성된 상임위원회 밑에는 2~3개 정도의 소위원회가 있어요. 각 소위원회는 4~5명 정도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죠. 소위원회는 소수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축조심사, 즉 조문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 법안이 정말 의미가 있는지 심사하고 내부 찬반토론을 거친 후 다시 상임위원회로 올려서 의결을 합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발의된 법률의 대부분이 사장돼요. 소위원회는 국회 관행상의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거든요. 여당이나 야당이나 동의하는, 소위 무쟁점 법안만 통과가 됩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요. 의원들이 법을 만들다 보니 기존의 문구나 체계와 맞지 않는 법을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소위 말하는 율사 출신들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가 개별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본회의로 가기 전에 한 번 더 심사하게 했어요. 우리나라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 관련된 심사를 하는 기관이기도 하고 상임위원회이기도 해요. 다른 상임위원회와 동일하지만 한 번 더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죠. 상원-하원이 없는 단원제 국회지만 법제사법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상원의 기능을 합니다. 자구심사만 하라고 했는데 내용까지 심사해요. 그래서 여기도 굉장히 관건이에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야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마지막에 비토권(거부권)을 놓을 수 있습니다. 


본회의 심의 → 법률안 정리 → 정부이송・공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가 끝나면 본회의로 바로 넘어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때 위원회에서 통과시키지 않기로 한 법안이 있으면 소수자 의견 보고 기회가 있어요. 의원이 직접 나가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 마지막으로 주장할 기회가 한 번 더 있는 거죠. 그다음에 법안을 정리하고 정부이송을 합니다. 아주 어이없게도 원래 여야 의원들이 합의한 것과 달리 정리돼서 전달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그것도 한 번 확인을 해야 되요.  


입법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


정부 제출 법안이 사실은 되게 영향력이 커요. 전문적이고 내용도 완비되어 있죠.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행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80~90%를 차지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대입니다. 정부 보다는 의원과 협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어요. 가장 좋은 방식은 시민사회단체가 관련 부처의 의견을 의원과 협상하고 그 결과를 의원이 발의하는 겁니다. 

소위원회 절차에서 거의 90% 넘는 법안들이 계류되어 있어요. 국회가 폐회될 때까지 4년 동안 그대로 유지돼요. 이 소위원회 절차의 진행 여부가 그 법안의 성패를 가름하죠. 민식이 법안이 여기서 체류되어 있을 때 여론이 끓어오르니까 갑자기 통과된 경우도 있었어요. 법안이 통과될 때는 한꺼번에 통과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이에요.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법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가결될 때는 기업 관련 법안 같은 것들을 다른 것들에 묻어서 통과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잘 감시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인권과 같은 법안은 잘 통과시키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개가 한꺼번에 가결될 때 생각지도 않은 법안들이 뜬금없이 통과되는 경우들도 있어요. 보통은 연말 연초, 특히 12월 말에 엄청나게 많은 법안을 가결하는데요. 230개 정도가 한꺼번에 가결된 경우가 있었죠. 




<입법절차 / 출처: 심우민, '시민입법의 관점과 실천전략' 교육자료>



그밖에 법안을 구체화하는데 필요한 입법정책론과 입법기술론을 다룬 후 입법영향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꼭 법률화해야 할 사안과 예산 확보가 필요할 경우의 접근 방법도 알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두 가지 꿀팁을 전해 주셨는데요. 우선 시작부터 막막하다면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등을 활용해 볼 것을 권했어요. 그리고 사실 국회 내부에서 법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은 국회 소속 공무원이라고 해요. 입법부 안에 있는 행정공무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법안의 통과 여부의 차이가 크답니다. 따라서 의원뿐 아니라 입법부 공무원들과의 소통이 유용하며 그럴 때 쟁점화가 쉽다고 해요. 


다음 시간에는 입법화 사례가 소개돼요. 오늘의 교육과 어떻게 연결될지, 실제 시민사회의 입법화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