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민/판 칼럼] 사회운동에서 전략적 사고는 왜 중요한가

서울시NPO지원센터2022.08.08조회 2059스크랩 0

사회운동에서 전략적 사고는 왜 중요한가 


서울시NPO지원센터, 2022. 8. 8.

최정민 ㅣ 전쟁없는세상 



최정민(오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가 ‘사회운동 전략’을 주제로 3편의 ‘판 칼럼’을 연재합니다. 첫 번째 글은 사회운동에서 전략과 장기적 안목이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1편] 사회운동에서 전략적 사고는 왜 중요한가 

[2편]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사회운동의 강력한 무기 

[3편] 효과적으로 데모하기-198가지 행동의 종류 



10년 전, 전쟁없는세상이 이전 10년을 평가하고 향후 10년을 계획하는 워크숍을 통해 비폭력프로그램을 단체의 주요 캠페인 중 하나로 결정하면서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을 만났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운동을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트레이닝 및 자료들을 제공하고 성공적인 비폭력운동의 사례들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국방, 외교 등과 관련된 만만치 않은 대상을 상대해야 하는 전쟁없는세상에게는 스스로 필요에 의해 시작한 활동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활동가들과 단체들은 모두들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집단적인 또 개인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우리가 제공하는 워크숍/트레이닝은 다양했지만 가장 많이 요청 받은 주제는 조직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워크숍/트레이닝 기획을 위해 조직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그 어려움이 조직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음으로 인해 오는 것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단체가 특정 사회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합의된 청사진이 없어 동지들과 시너지를 내며 함께 활동하기 어렵고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2015년 아덱스 저항 행동 웰컴리셉션 비폭력트레이닝 / 출처: 전쟁없는세상 https://www.flickr.com/photos/worldwithoutwar/>   

 


사회운동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견인한 매우 강력한 실체이고 현재도 그렇다.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힘을 보라) 하지만 또한 사회운동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과 같이 (그것도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골리앗처럼 거대한 사회부정의를 해결하기에는 우리가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힘도 없고 빽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도 슬프지만) 앞으로도 변치 않을 상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은 종종 대통령을 끌어내렸으며 낙태권을 쟁취하였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군부독재를 끝장내기도 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중심으로 쓰여진 책이나 논문, 자료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런 경험들이나 연구를 나누는 워크숍이나 세미나 등 논의 자리도 많이 못 보았다. 특정 사회운동이나 캠페인의 성공 혹은 실패에 기여한 힘이 무엇이었는지, 캠페인의 초기 전략과 후기 전략은 어떻게 달랐는지,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스킬, 상대방의 가능한 행동과 이에 대한 대응 방법, 억압에 대응하는 방법, 캠페인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특히 하락기에는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다시 올라오는지 등 많은 질문이 오가고 대답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사회운동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하고 승리가능성도 높일 것이다.


사회운동에서 전략이란 전반적인 행동계획, 즉 우리가 가진 자원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동원할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결정한 일련의 행동들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정한 청사진이다. 사회운동의 영향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사회운동가들은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영향력이라는 것이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력이어야 하며 때론 이해관계가 상충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머리를 맞대야 하고 연구해야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 한다.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최상의 전략이 이긴다. 사회부정의를 지속시키길 바라는 상대는 돈과 권력으로 광범위한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한다. 당연히 좋은 전략은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인 수단에 집중해 낭비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운동 자체를 파괴하는 번아웃, 내분, 절망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좋은 전략이란 우리가 꿈꾸는 사회와 일치하는 명확한 장기적 비전,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전략적 목표, 그리고 그 전략에 맞는 전술이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에서 전략이 구체적 전술을 택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전략은 첫째 우리 전술(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하거나, 아덱스 운영본부 건물에서 커다란 배너를 내리거나, 무언가를 봉쇄하거나 점거하거나 파업을 하거나, 일인시위를 하는 등의 구체적 액션이나 행사)이 영향을 미치기를 원하는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그 대상이 우리 전술에 영향을 받아 어떻게 행동해줬으면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줬으면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해당 사회부정의가 얼마나 제거하기 어려운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사회부정의를 지속시키는데 묵인했거나 방조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출처: 전쟁없는세상 https://www.flickr.com/photos/worldwithoutwar/>



나는 우리의 많은 전술들이 도달할 수 없거나, 너무 제한적인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전자는 사회운동의 힘을 과신해서 오는 것 같고, 후자는 사회부정의가 너무 거대해서 그냥 뭐라도 하는 게 좋지 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 같다. 또 전술 그 자체도 점점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사회운동은 소셜미디어로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단시간 내 엄청난 대중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해지다보니 점점 대규모시위(다양한 단체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 요구사항도 최소공배수로 보수적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고 시위 자체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회운동 연구자 에리카 체노웨스는 최근의 책에서 이러한 경향으로 최근 10년 사이 사회운동은 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를 통해 세를 보여주려고만 하거나, 상징적 보여주기식 직접행동을 전술로 많이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전술은 다양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 가능하기 때문에 승리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관점은 또 건강한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몇몇 전술들이 어떤 사회운동이건 상관없이 사용되면서 큰 전략 아래서 꼭 필요에 의해 목표 달성을 향해 배치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부정의가 지속되길 바라는 사람들은 이를 간파하고 쉽게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공산이 크다. 


어떤 캠페인이건 전략적 목표를 먼저 결정한 다음 목표를 확실히 달성할 수 있도록 정치적 전술을 설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전략적 목표가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정의되면, (전략의 현 단계에서) 어떤 전술이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어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데는 수십 가지의 정치적 전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전술을 다 사용할만한 자원이나 시간이 없다. 우리는 어떤 전술이 필수적인지, 어떤 전술을 하면 좋지만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지 결정해야 하고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야 한다. 그 전술에는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지,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얼마만큼의 에너지와 시간, 노력을 쏟을 수 있을 것인지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약 전술(계획한 행동이나 행사)의 전략적 목표가 달성된다면 그 전술은 전략적으로 효과적이었다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것의 행동/행사가 실제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는지를 꼭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들과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전략적 목표가 아니다. 병역거부의 전략적 목표는 불의한 법, 이 경우에는 병역법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작은 조직에서 사회적으로 큰 소음을 발생시키려면 이런 식의 시민불복종이 효과적이지만 전술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략적 목표인 병역법에 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감옥 그 자체만 논의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실제로 감옥에 가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병역의 의무가 주어지지 않은 여성이 병역거부 선언을 하는 것(감옥에 가지 않는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간디가 소금을 만들기 위해 천리길을 걸어서 바닷가에 당도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략적 목표가 달성되었다면 그 전술은 성공이다. 


또한 우리의 전술들이 전체 캠페인의 전략적 시각에서 잘 배치된 일부이고 캠페인은 더 큰 운동의 일부라면, 제한된 목표의 달성은 실패나 공허한 개혁이 아니라 전체 계획의 첫걸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사회운동은 종종 수십 년 헌신해서 성과를 일구고도 만족스럽지 않은 개혁에 그친 것으로 평가하며 오히려 활동가들이 침잠해 들어가는 경우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회운동이 법률의 개정이나 제도의 변화로 귀결되기 때문에 나중에 밥숟가락을 얻는 정치인들이 마치 일을 다 한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활동가들이 실망해서 앞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 전술을 이해하는 활동가들은 이런 첫걸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임파워링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6, 7, 80년대 민주화운동과 달리 제도적 민주화가 달성된 이후의 사회운동은 정치권력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창출되면서 인권의 다양한 의제들이 폭발했고, 환경, 평화 등의 의제들과 교차하면서 굉장히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문제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회모순은 교묘해지고 이에 저항하는 사회운동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상대가 교묘하다면 우리도 교묘해져야 한다. 특히 전쟁없는세상과 같이 작은 조직들이 자신들의 운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운동의 전략을 고민하고 나누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 이 글은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