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해도 될까?
다양한 지점들을 짚어볼 수 있겠으나 그중 하나, 피드백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영어로 된 feedback은 우리말로 ‘되먹임’이라고 풀 수 있겠는데, 한쪽이 영향을 주면 그걸 받은 쪽이 해당되는 것에 영향을 끼치는 ‘상호작용’이란 뜻에 가까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나아지는 효과를 보기 위해 피드백 한다는 것인데, 어떤 피드백은 더 나아지도록 보태고 도우려는 의도가 있었어도 결과를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런 식이다. 잘못을 지적하면 ‘아하! 그게 맞네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고마워하기보다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라며 기분 나빠 하거나 도리어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뭐지? 이런 엉뚱한 결과는? 어디가 잘못된 거지? 공공장소에서도 조직 내에서도, 점점 잘못을 잘못이라 가리키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 같다. 고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남에게 지적을 받고 교정을 요구받는 일은 왜 그리 싫은 걸까?
😯 이성적 뇌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여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메시지가 뇌에 입력되면 우리 뇌가 손과 발, 입을 향해 명령을 내려 그대로 움직여지면 좋을 텐데, 인간의 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 것 같다. 일단 뇌의 활동은 5퍼센트의 의식적 과정과 95퍼센트의 무의식적 과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먼저 기억하자. 그리고 이렇게 엄청난 비율로 활동하고 있는 무의식의 뇌가 의식적 뇌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도 살펴봐 둘 필요가 있겠다.
인간의 뇌는 보통 3층으로 이뤄져 있다고 본다. 신체적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파충류 뇌’ 위에는 감정 기능을 담당하는 ‘구포유류 뇌’가 있고, 가장 윗부분에는 이성적 추론과 판단의 기능을 맡은 ‘신인류 뇌’가 자리 한다. 지금의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공룡에게 있던 ‘도피-공격-얼어붙음’ 메커니즘으로 구성된 뇌도 함께 왔기 때문에 우리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 몸부터 즉각 반응하여 생명을 보존할 수 있고, 감정이 반응하도록 하는 구포유류 뇌는 기존 경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학습한 것을 기록해 놓는 방식으로 이전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더 나은 선택으로 이끌어 주니 무척 고마운 역할자이긴 하다.
그런데 뇌의 가장 겉 부분을 둘러싼 신인류 뇌는 애석하게도, 앞서 이 두 가지의 뇌가 자기가 관장하는 영역의 정보처리를 다 끝낸 다음에, 그러니까 외부 자극을 자기 선에서 다 소화한 다음에야 자신의 일을 한다고 한다. 짐승을 사냥하며 살던 때와는 다른 종류의 위협, 말하자면 죽을 것 같이 창피한 순간을 생존의 위협처럼 느끼면 먼저 ‘포유류 뇌’로부터 강렬한 자기 보호 반응이 나오며, 또한 기존에 경험했던 억울함이나 아픈 기억, 깊은 트라우마들이 당장에 닥친 상황과 연결되면 다시금 ‘구포유류 뇌’에 피어올라 강하게 존재를 끌어당기며 압도시켜 버린다. 이 두 관문을 통과한 후에야 이성적 뇌의 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말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상대가 도무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으면 궁금해져 본다. 지금 뭐가 그리 무서운 것일까? 과거 어떠한 강렬한 상처의 기억이 자기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 이분의 두뇌가 안정을 찾고 신피질 뇌가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잠시 차분해질 수 있는 시공간? 깊은 공감의 경청 상대가 필요할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 서로에게 기여가 되고 힘이 되는 동료 간의 피드백
그러니까 피드백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가 그 메시지를 스스로 입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상대의 마음가짐도 중요하겠으나,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는 해당 내용을 전할 때 혹시 위협이나 창피함을 느낄 만한 질감과 색상의 트레이에 담아서 말하고 있는지, 지금의 주변 상황이나 맥락이 적절한 편일지 등을 살피는 것도 진중하게 고려해 볼 만한 방식이겠다.
우선 피드백을 주려는 자 스스로가 심적으로 편안하며 상대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자. 여기에는 피드백에 담긴 자신의 의도를 진정 사랑하는지 자문하는 것이 포함된다. 지지하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보탬이 되어주려는지 말이다. 그런 뒤 상대가 지금 다른 이의 견해에 경청할 시간과 심적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에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은데, 만일 없다면 생길 때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고, 지금 당장 해야 한다면 날씨나 요즘 즐겨하는 것 등의 화제를 먼저 꺼내어 마음에 환기를 한번 시켜준다거나 지금 자기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지 표현해 줄 수 있는지를 살짝 물으며 소통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앞서, 사랑하는지 자문해 본 자신의 피드백 의도를 먼저 꺼낸다면 훨씬 내용 수용력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 뒤 피드백 받는 이에게 자신에게서 어떠한 종류의 반응을 바라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도움받기를 원하세요? 고충이나 지금의 생각들을 가만히 듣고 공감해 주는 것까지? 제 느낌과 견해를 보태는 것도 괜찮습니까? 유사했던 경험이나 주변 사례를 말씀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소통하는 과정 중에는 상대의 말을 왜곡 없이 화자의 의도에 맞게 잘 듣고 있는지를 확인해 주는 것도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는 토대가 되어주므로 좋다. ‘그러니까 염려되는 점이 000이란 말씀이시군요, 맞나요?’ ‘가장 찾고 싶은 실마리는 000라는 걸로 들리는데, 제가 잘 들은 건가요?’
🤗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피드백
타인의 피드백으로 기분 좋은 변화, 자발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것에 관하여 《조직의 재창조》(생각사랑, 2016)를 쓴 프레데릭 라루는 이러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마음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타인들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들어 왔다. 하지만 그것은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평가는 결코 객관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인상을 그 사람에 대한 ‘진리’로 변화시킨다. 객관적인 거리를 둔 채 우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기보다, 우리는 관여된 상태에 있어야 한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영감을 받았는지, 감동을 받았는지, 당황스러웠는지, 상처를 입었는지, 좌절했는지, 분노했는지를 공유하기 위해 ‘나’라는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피드백은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고 함께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좀 더 많이 개방할수록, 우리가 피드백해 주는 파트너들도 좀 더 많이 개방하게 할 수 있다."(351쪽)
‘작년보다 더 성실해졌어’, ‘요즘 들어 생각이 좀 딴 데 있는 것 같아’ 하는 식의 판단이 들어간 표현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 정도로 인식되는 것에서 그칠 수 있다. 그리고 심판하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충분한 신뢰의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이 부분은 계속 발전시키고 그 부분은 다르게 바꾸어야겠구나’ 하는 자발적 배움으로 이어지는 피드백을 원한다면, 상대로부터 어떤 판단이 들 때 그 말을 뱉기 전에 스스로 먼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의 구체적인 어떠한 말과 행동에서 나는 그런 것을 느꼈을까? 어느 지점에서 내가 무슨 영향을 받은 걸까?
그런 뒤 이렇게 바꾸어 말해본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00씨가 맡은 부분이 세세하게 챙길 것이 참 많았던 걸로 아는데 빠짐없이 일일이 체크해 주어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로서는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웠는지 몰라. 의외의 부분에서 뭔가가 빠질까 봐 좀 긴장되고 조바심과 걱정이 요즘 있었거든. 자네의 세세한 확인 절차가 큰 도움이 되었어.”
“지난 회의 때 제가 요청한 내용은 000이었는데 이 부분은 그것과 조금 달라요. 아까는 제가 부르는데 못 듣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서 더욱 마음이 쓰이더군요. 이 일을 같이 진행하는 멤버로서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이 순탄히 흘러가길 바라는데, 제 요즘 마음이 아슬아슬해요. 혹시 우리가 알면 좋을 어떤 개인 사정이나 고민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요? 직접적 도움이 못 되더라도 서로 배려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시키면 어떨까 해요. 그럴 때 더 안심되고, 서로가 더 신뢰하는 마음으로 일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판단의 언어보다는 영향받은 것에 관한 감사와 기쁨, 아쉬움과 염려 등의 마음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였을 때 상대에게 스스로가 위험하지 않다는 인지와 함께 배움이 일어날 여지를 더 많이 제공해 줌과 동시에, 다음에 이를 적용해 보는 학습의 선순환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거라 본다.
🤓 우리 사회를 향한 피드백은 어떻게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그렇다면, 학습의 선순환이 살아 있는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어떠한 방식의 피드백이 유용할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공익활동가는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피드백한다. 기득권을 지닌 누군가가 혹은 어떠한 시스템으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존재들이 있을 때, 정당하지 않거나 공평함을 잃은 부분을 지적해야 할 때, 반드시 막아야 하는 악법이나 정책 그리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면 좋을 문화나 제도가 눈에 띌 때 그것을 이야기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피드백 받은 상대 쪽이 잘못된 일을 짚어주어 고마워하고, 제시해 주는 대안책이나 해법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효과적인 말 걸음이 되려면 어떠한 여건이 필요할까? 그리고 어떠한 모양새를 갖추는 게 도움 될까? 사회 변화를 함께 도모하는 자리가 서로가 신뢰를 주고받는 안전한 소통의 장으로 펼쳐지고, 그 안에서 변화를 향한 지혜의 나눔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기 위해서 어떠한 접근과 말 걸기가 좋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이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고민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