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평론가 손희정 교수와 함께하는 <우리가 그리는 우주>

활동기간   2022.06.02 ~ 2022.08.31

로그인
up
down
On/Off

작정하고 궁서체로 쓴 후기_#2 여성영화의 세계
  • 유보미
  • 2022.06.23
  • 조회수 183

<우리가 그리는 우주> 북토크, 두 번째 기록 

이토록 풍부한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을지... 그래도 남겨보리라 작정해봅니다. 😄 





섹스와 젠더에 대한 개념과 맥락을 바탕으로 🎥 ‘영화에서 젠더 배치가 어떻게 일어나는가’, ‘여성이 어떻게 상상되고 의미부여 되는가’, ‘재현의 장에서 젠더가 어떻게 발현되는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의 가장 큰 문제의식은 ‘여성과 시간’이에요. 그동안 시간 속에서 쌓이는 이야기는 늘 남성 중심이었어요. 역사의 주인공은 남자였죠. 시간이 젠더화 되어 있는 거예요. 여성과 시간의 관계를 상상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주요한 문제의식입니다. 



한국영화의 전환을 이끌었던 여성들 


조현철 배우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이 화재였죠. 그때 입었던 옷에 프린트된 사진 기억나세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 사진이에요. 박남옥 감독은 <미망인>을 제작, 연출했고, 스탭의 밥까지 챙겨줬다고 해요. 아이를 엎고 촬영 현장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현대 영화의 역사에서 여성 감독이 나오기 어려웠던 이유는 영화계가 도제식, 남성중심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영화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 1990년대 변화가 시작됐어요.  


현재 상영 중인 <오마주>에서는 두 번째 여성감독 홍은원을 만날 수 있어요. 홍은원 감독은 100편에 달하는 영화의 스크립터와 조연출을 맡았었던 사람입니다. 감독들이 조연출을 해 달라고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고 해요. 1961년에 사망한 한국 최초의 여성판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여판사>를 만들었는데요. 영화의 내용 중 흥미로웠던 지점은 주인공이 “여자로서  판사일이 힘든 것 같다”는 동료의 이야기에 “여판사가 개인의 육신의 편안함 보다는 전체 여성을 위해 힘써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답했던 부분이에요. 여성으로서의 자각이 있었던 거죠. 홍은원 감독은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프린트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2015년 여판사의 프린트가 발견됩니다. 홍은원 감독의 작품이 실제 드러난거죠. <오마주>는 이 시점부터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오마주>는 사라진 세 편의 옛영화와 도래하지 않은 네 번째 영화 사이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성감독의 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류로 갈수록 성비가 뒤틀려요.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성평등영화정책’을 도입했어요. 단순히 여성의 진입을 돕자가 아니라 한국 영화의 🌈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가치지향이 있죠. 시나리오나 영화 제작 지원에 점수를 주는데요. 여전히 저항이 큽니다. 가장 빨리 변화된 것은 심사위원의 성비를 5:5로 맞추는 것이었어요. 덕분에 벌새, 우리집 같은 여성감독의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확연히 다른 양질의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제 책에서 윤가은 감독을 소개했는데요. ’우리 유니버스’, ‘윤가은 유니버스’는 <사루비아의 맛>에서 시작됐어요. 윤감독의 작품은 모두 소녀들의 이야기인데요. 시간과 여성의 관계를 가장 잘 그려냅니다. <콩나물>은 주인공 보리가 콩나물을 사러가는 길에서 여러 사건을 겪고 해질녘에 가게에 도착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자기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이 놀랍게 다가와요. 그런데 이 작품을 같이 이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특히, 교사들의 경우 가장 많은 반응이 아이가 보호자 없이 동네를 다녀서 ‘불안함’을 느꼈다는 거예요. 뭔가 문제가 생길 거라는 상상의 반복이 여성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들>, <우리집>에서는 여자들이 너무 뛰어다녀요. (웃음) 감독은 원래 그 나이 또래 여자애들은 많이 움직이고 공간을 넓게 쓴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본 작품들은 여성의 공간을 제한해 온 것이죠. 

  




서프러제트와 원더우먼 


<원더우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나온 카툰 히어로에요. 작가 윌리엄 몰턴 마스턴은 심리학자, 참정권론자였고, 부인이 페미니스트였어요. 서프러제트 시위에서 여성들이 오라에 묶여 끌려가는 것을 보고 <원더우먼>을 만들었는데요. 원더우먼의 힘을 빼는 유일한 방법이 오라를 매는 거예요. 1950년대, 미국의 보수화, 우경화를 겪으면서 원더우먼은 양장점을하는 주부가 되고, 파워풀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1970년대 페미니즘 제2 물결이 다가오면서 원더우면을 재발견하고 TV 시리즈를 만들어요. 백래시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돌아온 캐릭터고 할 수 있어요.   


페미니즘 제4의 물결은 2011년 캐나다 ‘슬럿워크’의 확장과 함께 시작되었어요. 당시 한국에서는 고려대 의대 성폭행 사건이 있었죠. 남성 청년은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 문제가 ‘잡녀행진’을 촉발했습니다. 2011년부터 전지구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어요. 2014년 헐리우드가 이를 받아 안았고, <매드맥스> 같은 영화가 이에 반응했어요. 시간과 여성의 관계를 다룬 <말레피센트>, 너드 이야기 여성판 <고스트버스터즈 리부트>, 역사 속 여성 이야기 <히든 피켜스>등의 계보가 이어졌죠. 


<앵커>는 ‘엄마와 딸’을 다룹니다. 가부장 문화 속에서 여성이기에 꿈을 포기하고 모성을 강요당해서 미쳐버린 두 어머니가 딸을 학대하면서 자기 꿈을 강요해요. 탈출한 딸이 엄마의 유령과 다시 만나는 컨셉입니다. 어머니의 돌봄노동을 폄하하지 않으면서 여성의 돌봄노동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까라는 고민과 연결되어 있어요. 그런데 엄마에 대한 딸의 복잡한 심경이 공포영화로 발현되죠. 괴물을 다룬 영화에서 괴물의 98%는 여성이에요. 그러나 두 영화는 다릅니다. 어머니 세대의 희생을 고민하면서 그냥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에서 딸은 어머니의 폭력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아요. 대신 No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키운 후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린 대화 





여성영화가 뭔지 잘 모르는데, 신기한 건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면 여성영화더라고요. 내가 선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을 그들이 이야기해줘서 그런 것 같아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울림과 확장이 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 더 어렸을 때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오마주>를 보면서 낡은 극장에 있는 여주인공이 아저씨들한테 성희롱을 당할까봐 계속 불안했거든요. 그렇지 않은 상황을 보며 안도했었어요. 인지하고 있지 않지만 내재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상상을 하려면 현실이 조금씩 달라져야 해요. 잡녀행진 이야기가 반가웠어요. 지치지 말고 운동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개월의 미래>를 봤거든요. 너무 현실적이라서 공포영화보다 무서웠어요. 다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성영화들 추천을 많이 받는데요. 영화 상영 독과점이 심해서 많이 상영하지 않아 아쉬워요. 여성영화를 많이 볼 수 있게 그 시장이 커지면 좋겠어요. 


여성영화는 너무 진지하다는 편견이 있어요. <콩나물> 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들이 있거든요. 최근에 연애 빠진 로맨스 같은 작품도 나왔고요. 


왜 이렇게 남성영화만 천만영화가 될까요? 답은 어렵지 않아요. 한국에서 액션과 사극이 인기 있기 때문이거든요. 왜 남성들만의 이야기가 되는가, 천만영화의 수준이 누구에게 맞춰져 있는가에 대해 질문해야 해요. 싱글 여성들은 개봉한 영화를 모두 보거든요. 천만영화는 영화를 절대 안보는 사람들, 5,60대 남성들이 보기 때문에 관객수를 그렇게 채울 수 있는 거에요. 부성영화, 특히 엄마 없는 아빠와 딸 이야기인 경우가 많아요. <신과함께>를 보면 젠더가 명확하게 배치되어 있죠. 1편에서 엄마는 농인이고, 2편에서 아빠는 옥황상제에요. <괴물>은 엄마 없는 가족영화고, <기생충>은 급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장 안전하게 가족 프레임에 넣었어요. 그리고 천만영화를 보면 <국제시장>, <해운대>를 제외하고 옐로우 스탠스(자유주의자)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타락사지 않은 시장이라는 판타지가 있어요. 국가를 잘 세우면 재벌들을 견제하고 깨끗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론이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독과점 구조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영화판에서는 제작, 투자, 배급하는 상업자본이 한국영화를 망쳤다고 해요. <설국열차>, <괴물>도 독과점의 수혜를 입었어요. 자본의 기획이죠. 


여자주인공이 센 영화를 좋아해요. <매드맥스>도 그중 하나에요. 그런데 더 이상 한국 영화에서는 그런 영화들이 나오지 않아요. 그런 영화들은 상업영화로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데도요. 여성 역할을 고착화하는 거죠. 


돌봄, 여성 리더십, 돌봄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돌봄은 외면할 수 없으나 여성 리더십을 엄마 리더십이나 상생의 정치라고 호명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이정미 후보 캠페인에서 ‘돌봄 전환’이 인상적이었어요. 돌봄이 소외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사회의 정치, 경제,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면서 돌봄의 가치를 어떻게 다시 살릴지를 이야기해요. 돌봄의 가치를 넣음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거죠. 돌봄의 키워드로 인식 전환을 하면 좋겠어요. 


영화판 같은 상황이 내 주변에도 많아요. 단체도 주로 남자들이 리더를 맡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지, 누가 가르쳐줬는지, 온 공기로 습득하는 것 같아요.  😒


비혼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 부모를 돌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양한 문제들이 시대가 변화하면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볼 때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갈 수 있잖아요. 여성감독 풀이 확장되면 천만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푸는 여성감독도 나올 것 같아요. 


프로이트는 모든 문제를 성적으로 바롸봤는데요. 유치하다고 생각했어요. 맨날 어렸을 때로 회귀하니까요. 그런데 나이 먹을수록 어렸을 때 상처가 극복이 안되는구나 싶더라고요 😅 성적체계 설명을 들으면서 프로이트가 난 놈이었나 생각했어요. 😄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지만 잔잔한 우리집 이야기 같은 작품들이 많아서 즐겁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동진의 비평만 들을 수 없잖아요. 교수님을 이동진 자리로 



이대로 못 보내 


2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을 정도로 집중했던 시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 모여, 그 자리에서 바로 2차 모임을 잡았어요. 


💡 7월 27일 (수) 저녁 7시, 두 번째 시간을 갖기로 약속하며  📌

댓글 2

  • 이루용
    2022.07.08 09:44:58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그리고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 노닐다
    2022.06.28 16:55:00

    정리, 감사합니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해지네요~